5월 27일 ‘세계 수달의 날’… 돌아오는 수달, 그러나 아직 안전하지 않은 강

백광진 기자

등록 2026-05-27 12:16

물 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수달(© 국립공원공단)

매년 5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세계 수달의 날(World Otter Day)’이다. 수달은 건강한 하천 생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종이다. 국제수달생존기금(International Otter Survival Fund, IOSF)은 수달 보호의 중요성과 생태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 세계 수달의 날을 제정했다.


전 세계 수달은 생물학적·생태학적·진화학적·형태학적 특징에 따라 총 13개 종으로 구분된다. 국내에 서식하는 종은 유라시아 수달(Eurasian Otter, Lutra lutra)이다. 유라시아 수달은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 널리 분포하며 하천과 습지, 저수지 등 하천 생태계를 중심으로 살아간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유라시아 수달을 적색목록 준위협종(Near Threatened)으로 분류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1982년 천연기념물 제330호로 지정된 데 이어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보호종으로 관리되고 있다. 수달은 비교적 우리에게 친숙한 야생동물이지만, 이러한 보호 지정은 여전히 지속적인 관심과 보전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귀여운 외모 뒤에 숨은 하천의 고독한 사냥꾼


귀여운 외모로 사랑받는 수달은 실제로는 하천 생태계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위치한 포식자다. 몸길이는 약 63~75cm, 꼬리 길이는 약 41~55cm에 달하며 땅 위에서 걸어 다닐 때는 발가락 전부가 닿아 느리지만, 유선형의 몸과 물갈퀴를 활용해 물속에서 민첩하게 움직인다. 강한 턱과 날카로운 송곳니를 이용해 물고기를 비롯해 게, 개구리, 작은 포유류, 새 등을 사냥한다.


최근에는 수달이 국내 생태계 교란종인 미국 가재의 개체수 조절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토종 생태계를 보호하고 건강한 하천 생태계 유지에 기여하는 종으로서 가치도 주목받고 있다.


수달은 예로부터 국내 하천과 습지에서 살아오며 독특한 습성으로도 알려져 왔다. 잡은 물고기를 돌 위에 올려놓는 행동이 마치 제사를 지내는 모습처럼 보여 ‘달제어(獺祭魚)’라는 표현이 생겨났으며, 두 앞발을 손처럼 사용해 먹이를 다루거나 몸을 정리하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런 모습과 달리 수달은 주로 혼자 생활하는 동물이다. 어미와 새끼로 이뤄진 가족 무리가 관찰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단독 생활을 하며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습성을 가진다. 특히 하천을 따라 이동하는 ‘선형 서식권’을 형성하며 10km 이상의 넓은 활동 범위를 가진다.


돌아온 수달을 향해 여전히 남아 있는 위협


과거 국내 하천 오염과 개발, 서식지 훼손으로 수달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이후 수질 개선과 생태하천 복원 등이 이뤄지면서 최근에는 도심 하천에서도 수달이 다시 관찰되고 있다. 그러나 수달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는 여전히 존재한다.


대표적인 위협 요인은 수질 오염과 하천 개발이다. 수질 악화는 먹이 자원 감소와 서식 환경 변화로 이어져 수달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방치된 통발과 삼각망 등 어구 역시 치명적 위험 요소다. 수달은 포유류이기 때문에 허파로 숨을 쉬며, 물속에서 4분 이상 견디지 못한다. 호기심이 많은 특성상 어망이나 통발에 들어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해 익사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하천 개발 과정에서 설치되는 콘크리트 제방과 인공 구조물 역시 이동 경로를 단절시키는 요인이다. 이동 통로가 끊긴 수달은 육로로 우회하다 도로를 횡단하게 되고, 특히 암컷 수달은 새끼를 위협할 수 있는 수컷을 피해 지류 하천으로 이동하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로드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WWF, 수달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한 서식지 보전 활동 확대


수달의 안정적인 개체수 유지와 회복을 위해서는 단순한 개체 보호를 넘어 수달이 살아가는 하천 생태계 전체를 복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질 개선을 통해 먹이 자원이 회복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하천과 습지의 자연성을 되살려 수달이 안전하게 이동하고 머물 수 있는 서식지를 확보해야 한다. 또한 어망에 보호격자를 부착해 수달이 통발이나 삼각망에 갇히는 것을 방지하는 등 혼획 피해를 줄이기 위한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WWF(세계자연기금)는 수달이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하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보전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멸종위기종 서식지 보전 캠페인 ‘애니스테이(Anistay)’의 일환으로 무등산국립공원 무동제에 수달 소생태계인 ‘수달섬’ 조성 사업을 지원했다. 수달섬은 수달의 서식 범위를 넓히고 수륙 생태계 간 연결성을 강화하기 위해 조성된 섬 형태의 인공 소생태계로, 수달이 쉽게 올라와 쉬거나 배변할 수 있도록 바위와 굴 형태의 구조물을 설치하는 등 수달의 생태적 습성을 반영했다.


야생동물의 이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수달섬 하부의 인공 그물과 카메라 고정용 기둥 등을 자연 소재로 덮어 보다 자연 친화적인 형태로 구조를 개선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최근 실제 수달이 수달섬을 이용하는 모습이 처음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또한 동작감지센서 기반 무인 카메라를 설치해 24시간 야생동물의 생태도 기록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수달을 비롯한 담비, 삵, 조류 등 다양한 야생동물의 서식 및 이용 현황을 확인하고 데이터를 취합하고 있다. 아울러 수달섬 근처에는 생태 해설 안내 표지판을 설치해 생소한 수달섬에 대해 소개하며 지역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향후 학생들을 위한 생태교육 장소로 활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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