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명예교수'다수의 사람들이 공모하여 거대한 거짓말을 하거나 나쁜 짓을 저지른다'는 전제는 음모론(Conspiracy Theory)의 가장 핵심적인 구조이자, 학자들이 음모론을 정의하고 비판할 때 가장 주목하는 지점이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특징을 사회학, 심리학, 수학적 모델링 등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해 왔다.
1. 칼 포퍼의 "사회의 음모 이론" (The Conspiracy Theory of Society)
철학자 칼 포퍼(Karl Popper)는 그의 저서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 음모론의 본질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음모론자들은 세상의 모든 불행(전쟁, 전염병, 빈곤 등)이 어떤 강력한 개인이나 집단(많은 사람들)의 의도적인 설계의 결과라고 믿는다.
포퍼는 사회 현상이란 수많은 사람들의 행동이 상호작용하여 빚어낸 '의도치 않은 결과'인 경우가 많은데, 음모론은 이를 무시하고 "모든 결과에는 누군가의 의도가 있다"고 가정하는 오류를 범한다고 지적했다. 즉, 수많은 사람들이 완벽하게 결과를 통제하며 공모한다는 것은 사회과학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2. 데이비드 로버트 그라임스의 "음모의 수학적 붕괴" (The Mathematics of Leaks)
옥스퍼드 대학의 물리학자 데이비드 로버트 그라임스(David Robert Grimes) 박사는 "많은 사람이 관여할수록 비밀은 반드시 샌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그는 실제 드러난 음모(예: NSA 감청 폭로)를 바탕으로 변수(참여 인원 수, 시간)를 대입해 비밀이 유지될 확률을 계산했다. 당연히 참여 인원이 많을수록 비밀 유지 기간은 급격히 짧아진다. 예를 들어, 달 착륙 조작설의 경우 NASA 직원 약 41만 명이 입을 다물어야 하는데, 이 경우 비밀은 3년 8개월 안에 들통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천, 수만 명이 공모하여 완벽하게 대중을 속이는 거대한 음모는 수학적으로 유지 불가능하다.
3. 마이클 바쿤의 "음모론의 3원칙" (Barkun's Three Principles)
정치학자 마이클 바쿤(Michael Barkun)은 저서 《음모의 문화(A Culture of Conspiracy)》에서 음모론적 세계관이 성립하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전제를 제시했다.
1. Nothing happens by accident (우연은 없다): 모든 일은 누군가 꾸민 것이다.
2. Nothing is as it seems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대중에게 알려진 공식 발표는 모두 조작된 거짓이다. (여기서 다수의 공모가 필요함)
3. Everything is connected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서로 무관해 보이는 사건들도 거대한 악의 세력이 조종하는 하나의 계획이다.
이 학설은 왜 음모론자들이 '정부, 언론, 과학계가 모두 한통속'이라고 주장할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한다. 선관위도 후보자도 여론 조사기관도, 정보 기관도, 투개표에 참여하는 교사들이나 공무원, 정당 참관인도, 언론사도 다 한통속이 되어 조작을 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세계관에서 '우연'이 배제되려면, 사회 전체를 통제하는 거대하고 사악한 집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4. 캐스 선스타인의 "손상된 인식론" (Crippled Epistemology)
법학자이자 행정가인 캐스 선스타인(Cass Sunstein)은 음모론이 확산되는 사회적 기제를 분석했다.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은 고립된 네트워크 안에서 서로의 주장만을 반복해서 듣는다(반향실 효과). 이들은 반대 증거(과학적 사실이나 언론 보도)가 나오면, 그것을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증거를 제시한 사람들도 음모의 가담자다"라고 치부한다. 그래서 나는 중국 스파이가 되었다.
결국 음모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진실을 말하는 소수(자신들)'를 제외한 '세상의 모든 전문가와 기관(다수)'이 사악한 공모자가 되어야만 하는 논리적 귀결에 도달환다.
5. 롭 브라더튼의 "비례성 편향" (Proportionality Bias)
심리학자 롭 브라더튼(Rob Brotherton)은 저서 《의심의 심리학》에서 인간의 심리적 특성이 거대 음모론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한다.
사람들은 큰 사건에는 큰 원인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 본능이 있다.
예를 들어, '대통령 암살'이나 '전 지구적 전염병' 같은 엄청난 사건이 '한 명의 미치광이'나 '박쥐 한 마리' 때문이라고 하면 심리적으로 납득하지 못한다. 그래서 심리적 만족을 위해 정부 기관, 다국적 기업, 비밀 결사 등 수많은 사람들이 개입된 거대하고 복잡한 원인(공모)**을 찾아내려 한다.
요약하면
1. 철학/사회학은 복잡한 사회 현상을 단순한 '의도'로 환원하려는 오류다. (칼 포퍼)
2. 수학/과학은 참여자가 많으면 비밀 유지는 수학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라임스)
3. 심리학은 큰 사건에는 큰 원인이 필요하다는 인간의 본능적 편향 때문이다. (비례성 편향)
4. 논리 구조는 반대 증거를 무력화하기 위해 공모자의 범위를 무한히 확장하는 자기 방어 기제다. (선스타인, 바쿤)
백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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