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가 기회가 되는 사회로"... 노동 규제 혁파 없이 ‘청년의 미래’도 없다

백광진 기자

등록 2026-04-01 14:39

‘이생망’·‘헬조선’ 근본 원인은 경직된 노동시장 이중구조, 서비스업 기업화와 직무 성과급제로의 전환이 경제 재점화의 유일한 열쇠

규제 이야기 #2: 규제의 마왕 한국의 노동시장 규제

                                                                                            -카이스트 경영대학 이병태교수



1. 한국의 규제 평가에서 최악은 노동 시장 규제
대통령이 아주 용기 있고 무거운 화두를 던졌다.  
한국에서 해고의 유연성과 비정규직보호 법안의 개혁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 중에 가장 무겁고 건드리기가 쉽지 않는 규제가 노동시장 규제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생각하면 이란 전쟁이나 다가올 지방 선거 보다 이 사안이 천만 배는 더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규제 개혁의 필요성은 기회 있을 때마다 주장해 왔다.  
이 문제는 OECD를 비롯한 국제 기구가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이야기할 때마다 단골로 수십년째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슈다.  
그만큼 문제도 명확하고 개혁 방안에 대해서도 큰 이론 없이 제시해 왔지만 한국은 이 문제를 외면해 왔다. 
이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던진 화두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주제는 우리 사회가 활발하게 토론하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모든 규제 중에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것이다. 

한국 노동시장의 규제에 관한 국제 평가를 보면 우리가 얼마나 경직된 노동 규제를 갖고 있는 지 분명해진다.  
2026년도 경제자유지수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경제적 자유는 조사대상 176개국 중 19위로 상당히 상위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 시장만 유일하게 부자유 (Mostly Unfree) 등급으로 100위이다. 
우리의 노동시장 규제의 강도는 OECD 38개국 중에 꼴찌에서 튀르키예(터기) 다음으로 37위라는 사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에는 최근 인당 GDP에서 격차를 크게 벌리며 약진하는 대만을 부러워하고 있다. 
대만의 이러한 역동적 경제의 근저에는 우리보다 높은 경제 자유도가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싱가포르는 물론이고 대만은 경제 자유도가 세계 5위이고 노동시장 규제가 13위라서 우리의 100위와 크게 대비된다.  
우리보다 경제 자유도 전체 순위에서 밀리는 일본 (정부의 거대한 부체가 낮은 평가의 주원인)이지만 노동시장 규제는 우리보다 약하다.
만약 노동시장의 규제가 OECD 평균에만 도달해도 한국의 경제 자유도는 대만이나 북구 유럽의 선도 국가들과 어께를 나란히 하는 Top 10 안에 거뜬하게 진입할 수 있다. 


                                            IMF 시뮬레이션: 유연안정성 개혁 시 GDP +9%, 소득 +11%

IMF Working Paper(WP/18/126)는 한국 경제에 맞춰 **일반균형 탐색-매칭 모형(General Equilibrium Search-and-Matching Model)**을 구축하고, 유연안정성 정책의 효과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해고비용만 줄이면 GDP 효과가 거의 없지만, 3대 축(유연성+안전망+적극적 노동정책)을 동시에 도입하면 GDP 9%, 소득 11%, 후생 12% 증가라는 압도적 효과가 나타남.


2. 노동시장 규제, 한국의 모든 사회 문제의 뿌리다.
우리가 노동시장 규제에 대해 주목하는 이유는 국제 평가를 잘 받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 평가가 무엇이 중하겠는가?
우리가 우리 사회의 미래를 걱정하고, 젊은이들이 "핼조선", "이생망"이라며 자조하고 체념하는 근본 이유는 저성장 경제로 급속하게 빨려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선진국들도 경제가 발전하면서 저성장으로 진입한다. 하지만 그 저성장으로의 추락의 속도면에서 한국의 사례는 전례가 없다.  경제성장을 쉽게 보면 월급을 잘 받는 직업에 많은 사람들이 일하면 경제 성장이 되는 것이다.  
한국은 경제가 성장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월급을 받는 직장에 종사하는 노동시장의 선순환 구조가 고장난 채로 굴러가고 있기 때문에 저성장의 늪으로 급하게 빠져들고 있다. 
한국의 고부가가치 기업은 대부분 글로벌화에 성공한 대기업 제조업체들이다.  
이들과 제조업의 고용이 급속하게 줄고 있다. 
1991년 제조업 고용 비중은 28%에서 최근 15%대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한국의 고용의 비정상적 구조는 OECD 국가들 중 대규모 사업장(250인 또는 300인 이상)이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낮은 국가에 속한다는 점이다. 
이런 대형 사업장의 고용 비중은 노동시장의 자유가 아주 높은 미국이 58% 수준이고, 중소기업의 천국으로 불리는 독일도 41%이고 일본도 유사하지만 (프랑스 47.2%, 영국 46.4%) 한국은 14%에 불과한 최하위다.  
대기업 고용비중이 이렇게 낮은 나라는 OECD국가에서 그리스와 한국 뿐이다.  
OECD 산출 평균은 32.2%이지만 이것은 한국, 멕시코, 그리스가 까먹어서 그런 것이다. 
이 좁은 대기업의 취업문을 두드리기 위해 교육경쟁은 치열하고, 청소년기를 입시지옥의 압박속에서 자란 다음 세대는 결혼과 자녀를 낳고 싶은 욕망이 낮을 수 밖에 없다. 
왜 대한민국의 대기업의 고용 비중이 이리 낮을까? 
 왜 경제가 발전했는데 노동시장의 구조는 저임금의 낮은 부가가치의 중소기업과 자영업에 편중된 후진적 상태에서 조금의 변화도 없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한국 경제 개혁 (규제 개혁)의 답이 되어야 한다. 
여러가지가 복합적으로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크게 3 가지다.

첫째는 바로 극도록 경직된 노동시장의 규제다. 
특히 노동시간과 해고의 자유가 없는 것이 그것이다.  
성과가 나빠도, 경기가 나빠도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으니 기업은 고용 회피의 모든 노력을 다할 수 밖에 없다. 
외주 하청을 늘리고, 파견직을 활용하고,  해외 이전을 하고, 다른 나라보다 먼저 자동화의 유혹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두번 째는 규모에 따른 차별적 규제다. 
한국 규제의 특징은 대기업은 규제(통제)하고 중소기업은 보호한다는 것이다.  
즉 성공해서 규모가 커지면 부담이 늘고 사회적 압력은 커지고, 온갖 의무 사항은 늘어난다. 
반면에 중소기업을 남아 있어야 각종 지원금과 대출 신용 보증 등의 혜택을 늘일 수 있다. 
그래서 중소, 중견기업은 회사를 쪼개는 한이 있어도 대기업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

세번 째는 고용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서비스업의 기업화와 대형화를 막고 있는 규제들이다.  
이미 한국은 제조업 국가가 아니다.  그런데 서비스업에서 기업화 되어 있는 산업이 극히 제한적이고 있어도 관치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업 중에서 다른 나라에서 부가가치와 고용 성장을 견인하는 의료 산업은 비영리의 원칙하에 기업화를 거부하고 있고,  금융산업은 철통같은 관치의 그늘 아래에 있다. 
에너지의 상당부분은 공기업이다.   
지금 성장하는 한국의 서비스 산업은 보건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으로 고령화 추세와 맞물려 가장 압도적인 고용 증가를 보이고 있다. 
2026년 초 기준 전년 대비 무려 약 28.8만 명 증가하며 전체 고용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이는 복지 산업으로 정부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산업이다. 당연히 고부가가치의 산업이 아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정부가 자격증을 주는 모든 직업을 우리 사회는 자영업자를 만들고 있다. 
의사, 약사, 공인중개사, 개인 택시에 이르기까지 기업화를 다 금하고 있다. 
이 세가지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영세 사업장의 과도한 고용 비중과 저성장의 문제는 해결할 수가 없다.   
AI투자나 첨단 산업 육성이 해법이 아니다.  그 산업들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산업이 발전해도 고용을 재편하지 못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3.  수십년째 지적되어 왔지만 외면한 노동규제의 문제
국제 보고서들은 유독 노동 자유도가 낮은 이유로 다음의 세 가지를 핵심적으로 꼽았다.
(1) 고용 및 해고의 경직성: 잉여 인력에 대한 해고 규제가 매우 까다롭고, 법적 절차와 비용(퇴직금 등) 부담이 OECD 타 국가 대비 높다는 평가다.
(2) 최저임금 급등: 1인당 부가가치 대비 최저임금의 수준이 빠르게 상승하여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의 채용 자유를 제한하는 요소로 분석되었다.
(3) 노사 관계의 대립성: 강성 노조의 활동과 경직된 노사 관계가 시장의 효율적인 인력 배분을 방해하며, 이것이 전체 경제 자유도를 갉아먹는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되었다.
한국 노동시장의 고질적인 '이중구조(Labor Market Dualism)'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과도한 격차와 순환의 단절을 의미한다. OECD, IMF 등 국제 기구들은 이 문제를 한국 경제의 생산성과 잠재 성장률을 저해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하며, 해결책으로 '유연안정성(Flexicurity)'을 지속적으로 권고해 왔다.
국제 기구가 수십년째 지적한 사항이지만 최근 2024년부터 2026년까지 발표된 주요 국제 기구의 보고서와 권고 내용을 정리해자.
(1) OECD Economic Surveys: Korea 2024
Working Paper: The Labour Market in Korea (2026.03|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고용 보호가 신규 채용을 억제하고 이중구조를 심화시킴. 정규직 해고 규제 완화와 동시에 비정규직을 위한 사회 안전망(고용보험 등)의 사각지대 해소 필요. |
(2) IMF, Republic of Korea: 2025 Article IV Consultation (2025.11
 Advancing Labor Market Reforms in Korea (2024.08)
 호봉제(Seniority-based pay) 중심의 임금 체계가 기업의 비용 부담을 늘려 고령층 퇴직을 앞당기고 청년 고용을 방해함. '유연성, 안전망, 적극적 노동 정책'의 3대 축을 동시에 도입할 것을 강조. 
(3) ILO, World Employment and Social Outlook: Trends 2025, 
Korea-ILO Partnership Programme 2024-2026
 파편화된 노동시장에서 플랫폼 종사자 등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들이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함. '적정 노동(Decent Work)' 보장을 위한 보편적 사회 보호 제도 강화 및 디지털 전환에 따른 재교육 프로그램 확대. 
노동자 편형적인 ILO 마저 한국의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에 대부분 동의하는 보고서를 발행해 왔다.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자는 직업 훈련 기회가 부족하여 숙련도가 정체되고, 이는 기업의 생산성 하락과 경제 성장 저하로 이어진다.  자영업, 중소기업이 근로자의 인적 자원 개발에 투자하는 자원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그래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비슷한 자질의 근로자가 취업을 해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적 자원의 질은 크게 차이가 벌어진다. 
노동시장 진입 장벽(정규직 취업의 어려움)이 높아지면서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 시기가 늦어지는 근본 원인이 된다.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뿐만 아니라 연금, 의료 등 사회 보험 혜택의 격차가 사회 신분화는 물론  세대 간 부의 대물림 문제로 확산된다.  한국의 가계 소득의 격차의 분화는 대기업 (공공부문) 정규직 간의 결혼과 그렇지 못한 결혼과 비혼에서 시작된다.
해법은 일관된다. 
국제 기구가 제안하는 '한국형 유연안정성'의 방향
보고서들은 한국이 단순히 북유럽 모델을 복사하기보다, 한국적 특수성(재벌 구조, 연공급제 등)을 고려한 3단계 개혁을 권고한다.
  Pillar 1. 유연성 제고 (Numerical & Wage Flexibility): 정규직의 해고 및 배치 전환 요건 완화.근무 연수가 아닌 '직무와 성과'에 기반한 임금 체계로의 전환.
 Pillar 2. 안정성 강화 (Modernizing Social Safety Nets):
고용 형태와 관계없이 모든 취업자(특수고용직 포함)에게 실업 급여와 산재 보험 적용. 실직 기간 동안 빈곤에 빠지지 않도록 소득 보전 수준을 현실화.
 Pillar 3. 적극적 활성화 (Active Labor Market Policies):
디지털·AI 전환에 맞춘 평생 학습 체계 구축.  공공 고용 서비스의 데이터 매칭 기능을 강화하여 이직 기간 단축.  학생 축소로 위기에 몰린 대학들에게 이 역활을 위한 과감한 제도와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간 한국의 노동계는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구호를 내세워 왔다.  해고는 인적 자원 개발의 사다리와 통로를 여는 일이고, 해고가 살인이 아닌 기회가 되는 것은 보호와 재교육의 강화를 통해 제공해야 한다. 


4.  시대적 과제에 사회가 동참해야
서구에서 노동시장의 개혁은 대부분 진보(좌파) 정부가 했다. 그것은 노동계 설득이라는 거대한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노동개혁을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대타협"으로 돌파하고자 한 적이 있지만 노조의 요구 사항인 정년 연장만 이루어지고 경직성 문제는 손도 못대고 무위로 그쳤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시간 규제와 최저임금의 규제를 가중시켰다. 
우리나라도 노동시장의 유연성 도입 필요성은 노무현 대통령도 언급했고, 문재인 정부의 여당 원내총무도 언급한 바가 있고 지금 이재명 대통령이 화두를 꺼내고 있다. 
이를 외면하고는 한국의 경제 성장의 길은 없고  지금처럼 진보 정부가 의회와 행정부 권력을 함께 갖고 있는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도 좀처럼 흔한 일이 아니다. 
이 기회를 잃으면 안된다. 사회가 대통령의 화두를 받아서 국가 경제를 살리는 노동개혁의 시동을 걸어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성과 규제 개혁은 보수 철학이다.  이 것이야 말로 다음 세대에게 경제적 희망을 제시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인식하에 사회 전체가 나서야 한다. 
이는 어느 진영의 문제가 아니다. 이 화두를 진영 논리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 한국 경제의 족쇄 중에 가장 큰 족쇄의 문제이고 중도 실용을 주장하는 진보 정권의 대통령과 의회 다수라는  정치적 기회를 실기하면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천재일우의 기회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간절하게 호소한다.  이 화두에 사회가 적극 참여해서 한국 경제를 재점화하고 청년들에게 희망을 복원하자.
백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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